여행 사흘째, 7월 22일은 새벽 여섯 시 반에 시작됐다. 오늘은 K’gari(프레이저섬) 당일 투어를 가는 날이었다. 밖에 나가 보니 캠핑카 앞유리가 뿌옇게 얼어 있었다. 7월 호주가 이렇게 추운 줄은 몰랐다. 히터를 켜고 잔 게 다행이었다. 이 글은 그날 하루를 시간 순서대로 적은 것이고, 같은 투어를 갈 사람이 알아 두면 좋을 것들은 이야기 사이와 맨 아래 표에 넣었다.
07:15, 여기가 맞나 발을 동동거리다

픽업이 07:30이었다. 07:15쯤 차를 맞은편 주차장에 대고 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 짐을 내려놓고 기다렸다. 혹시 우리를 빼놓고 가면 어떡하지 싶어 발을 동동거렸다. 하루짜리 투어라 놓치면 정말 곤란한 일이 많이 생기니까, 국제전화를 해야 하나, 장소가 여기가 맞나 계속 의심했다. 동행이 근처 건물 화장실에 간 사이 주변을 좀 더 둘러봤는데, 고래 동상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 보고 직감적으로 저기다 싶었다. 동행이 나왔을 때 고래 동상 있는 저기인 것 같다고 했고, 거기서 기다리니 한 그룹씩 계속 모였다. 그때부터 안심했던 것 같다. 우랑간 Buccaneer Drive의 킹피셔 베이 리조트와 K’gari Explorer Tours가 같이 쓰는 표지판이 서 있는 자리다. 윈드밀 캠핑장에서 차로 5분이다.
동양인은 우리 빼고 한 팀뿐이었다. 가족이었는데 알고 보니 프랑스어와 중국어를 쓰는 분들이었다.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한국인이 우리뿐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버스는 한두 군데를 더 들러 그룹을 하나씩 태운 뒤 08:30에 리버 헤즈 선착장으로 갔다. 페리 안에는 카페테리아가 있어서 간단한 스낵과 빵, 커피를 팔았고 우리는 감자칩과 카페라테를 시켰다. 배에도 딩고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본 적도 없는 동물을 조심하라고 하니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 가늠이 안 갔는데, 동행이 사전 조사를 다 해 놓아서 어떤 부분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려 줬다. 배 밖으로 돌고래 떼가 지나갔다. 예약은 공식 사이트에서 했고 성인 279 AUD부터인데, 그 안에 페리 왕복과 4WD 버스, 모닝티, 뷔페 점심, 섬 입장 허가가 다 들어 있다.
트럭 앞머리에 버스 몸통, 그리고 쉴 새 없는 가이드
페리에서 내려 4륜구동 버스를 탔다. 앞부분은 트럭인데 뒷부분은 승객을 여럿 태우게 개조한 버스 형태였고, MAN이라는 독일 회사 차였다. K’gari 해변에는 coffee rock이라는 울퉁불퉁한 바위가 많은데, 그 험지와 모래 산길을 뚫고 가려면 이 차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가이드 마이크는 정말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절반쯤은 못 알아듣고 계속 유추하면서 들었다. 설명의 상당 부분이 “왜 모래에서 이런 나무가 자라는가”였다.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파일 밸리 보드워크를 걸었다. 옛 벌목 관리소였던 곳이고, 엄청나게 큰 나무와 바닥이 보일 만큼 깨끗한 개울이 기억에 남는다. 모래섬 위에 우림이 자란다는 게 눈으로 봐도 잘 믿기지 않았다.
유롱 리조트 뷔페, 이날의 2등

11:53에 유롱 리조트에서 뷔페를 먹었다. 투어 요금에 포함이라 기대를 안 했는데 양과 종류가 좋았다. 새우와 소시지, 샐러드를 잔뜩 담았다. 단언컨대 이날의 압도적 1등은 맥켄지 호수 수영이고 2등이 이 점심이었다. 여기가 섬 동쪽 해변 쪽 거점이라 점심을 먹고 바로 75마일 비치로 나간다.
75마일 비치, 타이타닉과 몇 해 차이 안 나는 배

75마일 비치는 해변이 곧 도로다. 4WD 버스가 파도 바로 옆 모래 위를 달린다. 멀미약을 따로 안 먹었는데 심하게 올라오지는 않았고, 울렁거림 정도였다. 13:14에 마헤노 난파선 앞에 섰다. 녹슨 배가 모래에 반쯤 묻혀 있었다. 타이타닉과 몇 해 차이 안 나는 배가 눈앞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굉장히 이국적이었다. 역사의 현장을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헤노 안내판 요약(현장에서 촬영)
마헤노는 1905년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진 뉴질랜드 여객선으로, 1차 대전 때 병원선(1915년부터 1919년까지)으로 갈리폴리와 지중해에서 부상병을 실어 날랐다. 1935년 고철로 팔려 일본으로 끌려가던 중 겨울 사이클론에 예인줄이 끊겼고, 일본인 선원 여덟 명을 태운 채 이 해변에 좌초했다. 길이 123m, 병상 8개 병동과 수술실 2개. 안내판은 Ross J. Bastiaan이 만들었다.
딩고도 실제로 봤다. 개처럼 생겼는데 개처럼 다가오지는 않는다. 크기는 별로 안 커 보여서 두렵지는 않았다. 가이드가 강조한 규칙은 하나였다. 절대 먹이를 주지 말 것. 공원청 벌금이 먹이를 주거나 방해하면 현장에서 2,763 AUD(최대 28,495 AUD), 음식을 딩고가 닿는 곳에 두기만 해도 518 AUD다.
점원이 사기 친 치아 푸딩

맥켄지 호수로 가기 전에 버스가 점심 먹은 유롱에 잠깐 다시 섰다. 14:48이었다. 베이크하우스에서 치아씨드가 든 건강 음식 같은 걸 봤길래 점원에게 맛있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안 먹어 봤는데 맛있을 거라고 했다. 뭔가 미심쩍었지만 샀다. 먹으면 먹을수록 구역질이 올라오는 맛이었고, 버스가 덜컹거리니 미칠 지경이었다. 토할 것 같은 걸 간신히 참았다. 이 여행에서 유일하게 후회한 음식이다.
맥켄지 호수, 이날의 1등


맥켄지 호수는 정말 차가웠다. 빗물만 고인 호수라 물이 투명한데, 처음엔 너무 차가웠지만 오늘 들어가지 않으면 평생 보지도 느끼지도 못할 것 같아서 참고 수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적응이 됐다. 동행은 오랫동안 온도에 적응하지 못했는데, 주어진 시간이 30분에서 40분 남짓이라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챙겨 주지 못했다. 깊이가 9m나 된다고 들었는데 정말 조금만 나갔는데도 밑이 안 보이는 곳이 있었다. 거기는 좀 무서웠다. 민물이라 다시 씻을 필요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옷만 갈아입고 버스를 탔다. 나는 처음엔 그냥 타려고 했는데 동행이 갈아입으라고 했고, 버스에 타니 갈아입기를 잘했다 싶었다. 덕분에 감기를 면했다. 이 여행 전체에서 다시 가면 더 오래 있고 싶은 곳 1순위가 여기다.
호수 수영 준비물과 규칙
운영사가 안내하는 준비물은 수영복, 수건, 갈아입을 옷, 물병, 모자, 선글라스, 편한 신발, 작은 배낭이다. 공원청 규칙은 선크림과 비누 금지(물이 오염되면 회복되지 않는다), 다이빙 금지, 안전요원 없음. 7월 허비베이의 평년 기온은 최저 10℃, 최고 21.8℃다(호주 기상청). 호수 물 온도를 재지는 못했고 차가웠다는 체감만 적는다. 젖은 채로 버스를 타면 오후 내내 춥다. 수건과 갈아입을 옷은 꼭 챙길 것.
해 지는 페리, 그리고 작아진 꿈
일라이 크릭을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페리를 타러 갈 때 해가 지고 있었다. 풍경이 예뻤던 기억이 난다. 다음에는 K’gari에서 하루 이틀이라도 온전히 묵으면서 맥켄지 호수에서 오래 수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대략 계산해 보니 하루에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이 든다고 해서 꿈이 작아졌다(들은 값이라 확인하지는 못했다). 돌아오는 버스를 탈 때는 이미 해가 져 있었다.
돌아와서는 파스타, 샤워는 캠핑장에서


19시에 캠핑장 주방에서 파스타를 만들었다. 새벽부터 12시간을 나갔다 오면 요리할 힘이 안 남는다. 전날 장 봐 둔 링귀네와 베이컨, 마늘로 20분 만에 끝냈다. 샤워는 캠핑카가 아니라 캠핑장 샤워실을 썼다. 여행 내내 캠핑카 샤워는 한 번도 안 썼는데, 덕분에 오수 탱크를 관리할 일도 거의 없었다.



이 투어를 정리하면
| 시각 | 있었던 일 | 같은 투어를 간다면 |
|---|---|---|
| 06:30 | 기상. 앞유리에 성에 | 전날 밤 난방을 켜고 잘 것. 07:30 픽업이면 06:45 기상 |
| 07:15 | Buccaneer Dr 고래 동상 앞 대기, 08:30 리버 헤즈 페리 | 고래 동상 앞이 픽업 자리. 배 위는 춥다. 바람막이 |
| 오전 | 센트럴 스테이션, 파일 밸리 | 가이드 설명은 절반만 들려도 괜찮다 |
| 11:53 | 유롱 리조트 뷔페 | 요금 포함. 기대보다 좋다 |
| 13:14 | 75마일 비치, 마헤노 난파선 | 울렁거린다. 자리는 앞쪽 |
| 14:48 | 유롱 베이크하우스 | 덜컹거리는 버스 앞에서 낯선 음식은 사지 말 것 |
| 오후 | 맥켄지 호수 수영 30분에서 40분 | 물이 차갑다. 수건과 갈아입을 옷 필수. 선크림은 호수 뒤에 |
| 해 질 녘 | 일라이 크릭, 페리, 복귀 | 음식은 가방 안에. 딩고와 20m |
| 19:11 | 캠핑장 주방에서 파스타 | 20분 메뉴로 준비. 샤워는 캠핑장에서 |
다음 날은 고래를 보러 갔다. 3편에 이어진다. 앞 이야기는 1편, 코스와 공식 요금은 코스와 비용 요약편에 있다.
출처와 기록 방법
- K’gari Explorer Tours의 K’gari Day Tour (Ex-Hervey Bay) 페이지, 2026년 9월 2일 확인. 성인 279 AUD부터, 코스와 포함 사항, 준비물.
- 퀸즐랜드 공원청 parks.qld.gov.au의 Be dingo-safe on K’gari(벌금)와 Lake McKenzie 이용 규칙.
- 시각과 위치는 휴대폰 사진의 EXIF 정보와 GPS를 역지오코딩한 값이다(우랑간 Buccaneer Dr 07:13, 유롱 Williams Ave 11:53, 해피밸리 75 Mile Beach Rd 13:14, 유롱 베이크하우스 14:48, 우랑간 19:11). 맥켄지 호수는 사진에 GPS가 없어 앞뒤 사진 시각으로 오후에 넣었다. 호수와 우림 장면은 액션캠 영상에서 뽑은 프레임.
- 마헤노 안내판 본문은 현장에서 촬영. 기온은 호주 기상청 허비베이 공항 7월 평년값. 호수 깊이 9m와 섬 숙박 비용은 현장에서 들은 값.
- 사진 13장은 직접 찍었다. 대화와 감상은 여행 중 쓴 일기에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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