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3일 2편] 체르마트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후기 | 왕복 열차표, 마터호른, 리펠제 반영 (2025년 10월)

2025년 10월 7일 체르마트에서 고르너그라트 열차를 타고 오른 하루. 09:35 왕복표, 열차 창밖 마터호른, 10:47 정상의 고르너 빙하, 리펠제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 저녁은 숙소 컵라면. 사진 촬영 시각 순서로 정리한 기록. 시리즈 9편 중 2편.

유럽 사흘째, 2025년 10월 7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인터라켄 서역 숙소에서 동역 숙소로 짐을 옮기고, 기차로 체르마트에 가서 고르너그라트에 올랐다가 리펠제와 수네가까지 다녀온 날이다. 사진과 여행 중에 쓴 일기, 액션캠 영상을 다시 보며 정리했다.

새벽 5시, 잔디밭에 누워 자는 소

5시에서 5시 반쯤 일어나 짐을 싸서 나섰다. 서역 숙소에서 동역 쪽 숙소로 옮겨야 했는데, 걸어가는 길에 축구장 두세 개를 합친 크기의 잔디 공원이 있었다. 어두워서 잘 안 보였지만 서울에서는 찾기 어려운 규모였고, 소들이 잔디밭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였다. 별은 서울보다 잘 보이는 정도였다. 동역 숙소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러 호스트를 깨웠고, 저녁쯤 올 텐데 짐을 맡기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노트북을 다시 빼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가벼운 짐으로 출발했다.

인터라켄 동역 7시 50분 기차, 2등석. 슈피츠와 피스프를 거쳐 체르마트로 가는 길이었다. 5번 승강장으로 가는데 등산복을 풀로 갖춰 입은 외국인 부부가 앞서 가고 있었다. 우리는 경량 패딩과 후드 차림이었다. 맞은편에는 일본인 노부부가 앉아 있었는데 우리가 창밖을 찍을 때마다 궁금해하며 고개를 뒤로 젖혀 보셨다. 마터호른으로 가는 내내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눈으로 볼 걸 그랬다. 어차피 다 비슷한 경치였는데 그때는 처음이라 모든 게 신기했다. 설산에서 눈이 녹아 내려오는 폭포가 두세 개 보였고 하나를 놓쳐서 아쉬웠다. 산사태 흔적도 보였는데, 작년에 일어난 것이라는 걸 스위스 마지막 날 슈피츠에 사는 유쾌한 아저씨 덕분에 알게 됐다.

09:29, 체르마트(Zermatt)에 내리자마자 마터호른(Matterhorn)

체르마트 역 앞 거리에서 올려다본 마터호른 봉우리, 2025년 10월 7일 09시 29분 직접 촬영

체르마트로 가는 기차 창밖에 나타난 설산, 2025년 10월 7일 오전 8시 56분(휴대폰 12초, 우리 말소리만 지우고 현장 소리는 그대로 두었다).
아침 해가 비친 산자락과 골짜기, 체르마트행 기차 창밖, 2025년 10월 7일 오전 9시(휴대폰 12초, 우리 말소리만 지우고 현장 소리는 그대로 두었다).

체르마트에 내렸더니 마터호른이 보였다. 하늘에 구름이 한 점도 없었다. 사진을 한 컷 찍고 고산병 약을 사러 약국에 들렀다. 근처 쿱에서 토블론도 샀다. 산악열차 표는 132프랑. 9시 30분쯤 표를 사서 10시쯤 기차를 탔다.

고르너그라트 왕복 열차표, Zermatt Gornergrat und zurück 성인, 2025년 10월 7일 09시 35분 직접 촬영

고르너그라트 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 사이의 마터호른, 2025년 10월 7일 10시 07분 직접 촬영

처음 탈 때 사람들이 오른쪽에 많이 앉길래 본능적으로 왼쪽에 앉으려다 오른쪽에 앉았는데, 결과적으로 오른쪽이 맞았다. 마터호른 방향도 예뻤지만 반대편도 예뻤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산세였다. 올라갈수록 나무가 안 보이고 갈색 잔디와 흙, 돌만 보였다. 눈이 너무 부셔서 선글라스를 껴야 했다.

10:47, 고르너그라트(Gornergrat) 정상에서 나온 말은 “오 마이 갓”

고르너그라트 정상에서 내려다본 고르너 빙하, 2025년 10월 7일 10시 47분 직접 촬영

고르너그라트 정상에서 본 설산 능선과 철탑, 2025년 10월 7일 10시 56분 직접 촬영

고르너그라트 정상에서 본 마터호른 전경, 2025년 10월 7일 10시 57분 직접 촬영

고르너그라트 열차 창밖의 마터호른, 2025년 10월 7일 오전 10시 24분(휴대폰 14초, 우리 말소리만 지우고 현장 소리는 그대로 두었다).
열차 창밖으로 지나가는 몬테로사와 빙하, 2025년 10월 7일 오전 10시 36분(휴대폰 9초, 우리 말소리만 지우고 현장 소리는 그대로 두었다).

내려서 처음 찍은 영상에서 내 첫마디가 오 마이 갓이었다. 위용이 대단했다. 공기는 그리 차갑지 않았고 온 사방이 설산이었다. 절대 녹지 않을 것 같은 빙하가 신비로움을 더했고, 사람이 저기에 갈 수는 있는지 궁금했다. 뭔가 다른 행성에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래쪽에서는 역광 때문에 사진이 잘 안 나왔다. 선글라스를 끼면 사진이 잘 찍혔는지 분간이 안 된다고 해서 벗고 찍었다. 전망대까지 빠른 걸음으로 갔는데 땅은 비가 내렸는지 질퍽거렸고, 고산지대라 숨이 더 빨리 찼다. 당이 떨어져서 기차에서 받은 초콜릿을 급하게 먹었다. 내려오면서 작은 연주단이 공연하는 것도 들었다.

고르너그라트 정상에 내려서 처음 본 고르너 빙하와 마터호른 쪽 능선, 2025년 10월 7일 오전(액션캠 14초, 우리 말소리만 지우고 현장 소리는 그대로 두었다).

고르너그라트 기념품 가게의 마터호른과 열차 엽서, 가격표 CHF 4.90, 2025년 10월 7일 11시 19분 직접 촬영

고르너그라트 정상에서 돌린 설산 파노라마, 2025년 10월 7일 오전 10시 59분(휴대폰 8초, 우리 말소리만 지우고 현장 소리는 그대로 두었다).

예쁜 엽서를 샀다. 동행은 기념품 가게에서 마터호른 모양 와인잔과 컵을 샀는데, 나는 설거지가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사지 않았다.

12:07, 리펠제(Riffelsee)까지 내려갔다가 뛰어서 올라온 이야기

리펠제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 2025년 10월 7일 12시 07분 직접 촬영

마터호른이 비치는 리펠제 호수로 내려갔다. 길은 처음에 돌계단이었고 폭이 성인 한 명 반 정도로 좁았다. 내려가면서 여기가 반지의 제왕 촬영지는 아니라고 농담을 했다. 비주얼이 그랬다. 좁은 길을 벗어나자 돌밭이 나왔고, 멀리서 봤을 땐 예뻤는데 가까이 가니 뻘밭이었다. 신발과 바지에 진흙이 묻었다. 바람이 없어서 호수에 마터호른이 그대로 비쳤다. 거기서 사진을 찍고 전날 싸 온 참치마요 주먹밥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원래는 한 정거장을 한 시간 하이킹해서 내려갈 계획이었는데 계획을 바꿔 다시 열차를 타러 올라갔다. 고도도 높고 체력도 빠져 있어서 숨이 굉장히 찼다. 열차가 도착하는 게 보이자 마지막 스퍼트로 뛰어 올라갔는데, 언덕 달리기 끝자락 같은 정도로 숨이 차서 헛웃음이 나왔다. 밥을 제때 안 먹어서 힘도 안 났다. 앞에 걸어 올라가는 분들 앞에서 힘들어하는 게 좀 쪽팔려서 힘을 더 냈다. 경사가 그렇게 가파르지도 않은데 죽을 뻔했다. 덕분에 20분에서 30분은 아꼈고, 내려가는 기차에서는 풍경이고 뭐고 관심이 없었다. 더워서 서서 창문을 열고 땀을 식혔고 둘 다 뻗어서 잤다. 동행이 일본 여행까지 합쳐서 지금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리펠제에서 로텐보덴 역으로 다시 올라가는 자갈길, 열차 시간에 맞추려고 뛰던 구간. 2025년 10월 7일 낮(액션캠 40초, 우리 말소리만 지우고 현장 소리는 그대로 두었다).

수네가(Sunnegga), 28프랑 티켓과 동화 세트장 같은 호수 라이제(Leisee)

마을에 내려오니 그제야 풍경이 보였다. 골목 사이로 보이는 마터호른은 장관이었다. 마을의 상징물처럼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거의 다들 전기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알고 보니 체르마트에는 기름을 쓰는 자동차가 금지돼 있었다. 수네가로 가는 열차 티켓은 28프랑, 한화로 5만 원쯤. 아까 산악열차의 4분의 1 값이다. 표 앞면에 Matterhorn Alpine Crossing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하철처럼 긴 통로를 지나면 계단 같은 경사로 열차가 이어져 있었다. 앉을 자리는 없고 서서 갔다. 자전거를 들고 탄 사람이 많았고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다. 아까 뛰어 올라간 후유증으로 계단 하나가 빡셌다.

수네가는 마터호른 정상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초록이 더 많이 보였고 카페가 있었고 사람은 한산했다. 카페에서는 와인과 맥주, 콜라,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다. 호수는 생각보다 김이 샜다. 인공 호수였고 공사 중이었고 키즈파크에 트램펄린, 나룻배가 있어서 애들이 노는 곳이었다. 동탄 호수공원보다 덜 예쁘다고 했다. 그런데 물은 참 맑았다. 손을 담가 보니 차가웠고 송사리가 있었고 물에 마터호른이 비쳤다. 나룻배를 탄 아이들이 줄을 잡고 오고 있었다. 물만큼이나 아이들이 순수한 게 귀여워 보였다. 총평은 동화 세트장.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한 자연 테마파크였다. 마터호른이 엷은 구름과 같이 있는 모습은 경이로웠다. 갈까 말까 하다가 가서 후회하는 게 낫다고 말했던 게 기억나는데, 뜻밖에 예뻤다.

내려와서 터널 같은 곳을 지나 다리를 보러 갔다. 터널이 꽤 쌀쌀했다. 찾던 다리는 아니었는데 그 자리가 참 예뻤다. 햇살이며 잔디며 물소리며 모든 것이 어우러져 근사했다. 헬기 소리가 계속 들렸는데 뭔가를 퍼 나르고 있었다.

20:32, 치킨 닭다리와 라면, 그리고 맥주 두 캔

스위스 숙소 주방 테이블의 컵라면과 즉석밥, 참치캔 저녁, 2025년 10월 7일 20시 32분 직접 촬영

저녁에는 쿱에서 산 치킨 닭다리와 라면, 햇반을 먹었다. 저녁을 준비할 때 한국인 부자가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맛있어 보였고 뒷정리도 깔끔하게 했다. 우리 밥도 엄청 맛있었다. 맥주 두 캔을 사 와서 감자칩과 같이 먹으며 간단한 파티를 했다. 일본 여행 때부터 이어져 오던 하루 마무리 전통이었다. 동행은 내가 씻는 걸 기다리다 곯아떨어졌다. 깨우고 잠들었다.

이날을 정리하면

시각 있었던 일 같은 길을 간다면
05:30 기상, 동역 숙소에 짐 맡김 호스트에게 미리 말하면 짐을 맡아 준다
07:50 인터라켄 동역 출발, 슈피츠와 피스프 환승 창밖은 처음 한 시간만 찍고 눈으로 볼 것
09:29부터 09:35까지 체르마트 도착, 약국, 고르너그라트 왕복표 132프랑 올라가는 열차는 오른쪽 자리
10:47부터 11:19까지 정상, 빙하, 연주단, 엽서 4.90프랑 초콜릿을 챙길 것. 고도 때문에 당이 빨리 떨어진다
12:07 리펠제, 주먹밥, 뛰어서 열차 호숫가는 뻘밭. 하이킹은 밥을 먹고
오후 수네가 왕복 28프랑, 인공 호수와 키즈파크 기대는 낮게. 물에 비친 마터호른은 볼 만하다
20:32 인터라켄 동역 숙소에서 치킨과 라면, 맥주 쿱 치킨 닭다리가 저녁 재료로 좋다

다음 날은 그린델발트에서 융프라우요흐에 올랐다. 3편에 이어진다. 앞 이야기는 1편.

기록 방법
  • 시각은 휴대폰 사진의 촬영 시각(현지 시간). 위치는 사진 GPS를 마이박스가 묶은 지역(발레주, 베른주)까지 확인했다. 기차 시각과 노선, 수네가 이야기는 액션캠 영상을 보며 쓴 일기에서 옮겼다.
  • 열차표 금액과 엽서 가격은 사진 속 글자, 수네가 티켓 28프랑은 일기 기록이다. 동행과 다른 여행객의 이름, 개인 사정은 뺐다.
  • 사진 9장과 액션캠 영상은 직접 찍었다.

댓글 남기기

소셜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이름·이메일 입력 없이 댓글을 남길 수 있어요.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